[기고] 오늘, 제2차 연평해전의 영웅들을 생각한다

입력 2015-06-28 22:56  

월드컵 열기 틈탄 NLL 무력도발
결사항전 끝 산화한 우리 영웅들
그들을 잊는 일은 결코 없을 것

김태우 < 객원논설위원·동국대 석좌교수·해군발전자문위원장 >



윤영하, 한상국, 조천형, 황도현, 서후원, 박동혁. 이들은 참수리급(150t) 고속정 357정의 함장과 승조원들로서 13년 전인 2002년 6월29일 제2차 연평해전에서 꽃다운 젊음을 바다에 바치고 산화한 영웅들이다.

2002년 6월 당시 한국은 월드컵 열기로 뜨거웠다. 하지만 북한군은 6월 중순부터 연일 경비정과 어부로 가장한 정찰국 요원들을 태운 어선을 내려보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다. 한국과 터키 간 월드컵 3, 4위전이 열린 29일에는 오전 9시께 130t급 상하이급 초계정 388정과 215t급 경비정 684정이 NLL을 침범했다. 해군은 232편대와 233편대를 현장에 투입하고 연평부대에 K-9 자주포의 전투배치를 지시했다. 고속정 1개 편대는 두 척의 참수리급으로 구성돼 있는데, 357정과 358정은 232편대에 소속돼 있었다.

근접 차단기동이 시작됐다. 차단기동이란 적의 선박이 더 이상 남하하지 못하도록 항로를 가로막는 것인데, 해군은 먼저 발포하지 말라는 정부의 지시를 받고 있었다. 이때 북한의 684정이 357정에 대전차포와 함포로 일제사격을 가했고, 357정과 358정이 응사해 교전이 시작됐다. 256편대와 253편대가 추가로 도착했고, 1200t급 초계함인 제천함과 진해함도 합류해 684정에 대해 격파사격을 했다. 684정은 화염에 휩싸인 채 388정의 예인을 받아 북쪽으로 퇴각했다. 선제공격을 받은 357정은 선체에 파공이 생기고 화재가 발생해 358정의 예인을 받아 귀항하던 중 침몰했다.

이후 알려진 357정 승조원들의 투혼은 국민에게 큰 감명을 줬다. 윤영하 소령은 최후까지 전투를 지휘하다 장렬히 전사했고, 조천형·황도현·서후원 중사도 마지막 순간까지 방아쇠를 놓지 않았다. 끝까지 조타실을 지킨 한상국 중사는 나중에 357정이 인양될 때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박동혁 병장은 무수히 많은 적탄을 맞고 후송됐으나 치료 중 사망했다.

제2차 연평해전은 한국군에 적어도 두 가지 교훈을 되새기게 해줬다. 첫째, 북한의 무력도발을 억제하는 것은 합의문서가 아닌 강력한 힘과 의지라는 사실이다. 남북은 1991년 기본합의서를 통해 현재의 해상경계선을 존중한다고 합의했지만 NLL을 무력화시키려는 북한의 기도는 멈추지 않았다. 도발에 앞장섰던 684정은 1999년 제1차 연평해전을 도발했던 경비정이었다.

둘째, 당시 해군에 하달된 교전수칙은 너무나 안일한 것이었다. 당시 정부는 남북 화해를 의식해 먼저 사격하지 말 것과 확전시키지 말 것을 지시했는데, 이에 따라 해군은 ‘경고신호~시위기동~차단기동~경고사격~격파사격’이라는 5단계 교전수칙을 지켜야 했다. 차단기동이라는 것은 적함 앞에 우리 함정의 옆구리를 노출시키는 것이어서 적이 선제사격을 하면 영락없이 당하는 매우 위험한 교전수칙이었다. 북한군은 이를 철저히 악용했다. 이후 교전수칙을 ‘대응기동~경고사격~격파사격’ 3단계로 바꾼 것은 당연한 조치였다.

6월은 온 국민이 6·25전쟁과 베트남 전쟁에서, 그리고 각종 현장에서 나라를 위해 희생한 영웅들을 추모하는 호국의 달이다. 아무리 많은 세월이 흘러도 대한민국은 제2차 연평해전에서 전사한 여섯 명과 부상당한 19명의 호국 영웅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김태우 < 객원논설위원·동국대 석좌교수·해군발전자문위원장 defensektw@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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